그래서 어떻게 연명할 생각이야? 책상 위가 더럽다 옥상 문이 굳게 닫힌 탓에 갈 곳을 잃은 우리는 버렸던 교복을 주워 입고 글쎄, 라는 목소리를 나는 들었다 깊고 우울한 여름은 고비야 넘기면 살아 항상 그래왔잖아 앞으로도 그럴 거잖아 창 밖만 보며 침묵인 너를 어떤 마음으로 지켜봤는지 낭만 없는 키스는 더럽게 달콤했다 가슴 아프도록 일관된 너의 눈 나는 칠...
주마등이 스쳐갔다 잊고 살았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고 처음으로 그냥 죽어버릴까 생각했다
아는 사람이랑 닮았어 너 얼굴 말고 분위기가맨날 담배 달고 사는 것도, 남 얼굴에 연기 부는 습관 같은 것들도 닮았어 참 걔도 너처럼 예뻐 난 네가 더 좋지만 매일 하는 말이 있어 인생 좆같은데 만날 사람이 있어서 꾸역 꾸역 살아간다고 살아남는다고 시궁창 같은 밑바닥에 번민과 눈물 뿐이어도 죽어서도 만나야 할 아이가 있어서 담배 빨고 버틴다고 너도 그래? ...
1 도태되지 말 것 달동네의 공중전화가 고장이 났다더라 그 새빨간 피눈물 같던, 내가 죽어서도 영원할 것 같던 공중전화가 어떤 술 취한 노숙자의 힘찬 손길에 죽었다더라 그만 아쉽네, 한 번 더 전화할 걸 그랬어 지옥에, 타는 담배는 시뻘겋다 피눈물보다 옅은 불투명한 연기 속에 오래 서있었다 다리가 아픈데 앉으라는 명령이 없어서 그냥 줄곧 서있었다 그 선배는...
하나, 담배 냄새 난다 선생님께 야단 맞겠어 반성문을 쓰려는 수작이지? 이번에는 안 써줄 거야 소재가 다 떨어졌어 꽃잎도 졌잖니 까닭에 예쁜 게 부족해 둘, 매일 너보고 시를 쓰라 하지만 사실 나도 시를 잘 몰라 그렇지만 넌 시인이니 욕지거릴 적어도 시가 되지 않겠니 어린 사람들은 그런 거 좋아해 욕 같이 자극적인 거 그래서 내가 너 좋아하잖아 이건 비밀이...
나는 시인이다 동경은 멸망했고 나를 믿는댔던 그 목소리는 사탕이었다 헛소리였다 눈이 아픈 것 같아요 선생님, 해도 나를 봐주는 사람은 하나 나는 하나인데 나를 봐주는 사람도 단 하나 선생님 그 하나가 왜 선생님이 아니에요 벌써 꽃이 지고 있어요 동경도 지고 나도 졌고 떠나지 말아주세요 우리 불가피하게 행복합시다 눈이 아픈 것 같다 피눈물이 나면 어쩌지 엄마...
그거 선생님 착각이에요 사랑 아니고 동경이에요 저 선생님 동경해요 너무너무 동경해서 같이 프랑스로 떠나 밤새도록 키스하고 싶어요 근데 선생님 아세요? 선생님 약혼자는 진짜 쓰레기거든요 제가 골목에서 어떤 사람이랑 키스하는 거 봤어요 두 눈 똑똑히 아 내 눈 하나지 아무튼 진짜 개쓰레기예요 결혼하지 마세...... 네? 선생님이었어요? 그게요? 그러니까 엊그...
까맣고 까매서 날 잡아먹을 듯한 머리칼이 그네처럼 흔들 흔들 하늘은 보라색 학교 옥상 페인트는 초록색 우스워서 까만 게 흩어지게 머리를 뉘인다 친구의 굵은 허벅지에 눈을 감으니 또 노란 손이 튀어나와 까만 악몽을 흩트린다 따가워 관둬 이발해야겠다, 씹었다 오늘 유독 눈동자가 까맣네, 씹었다 속눈썹 진짜 길다 너, 씹었다 (....) 담배는 샀어? 균열 없이...
얘 그거 아니 나는 왼쪽 밖에 못 본단다 왜긴, 귀를 막아서지 귀를 막고 학교를 가지 않아서지. 하나가 바스라져 둘은 하나가 아니야 하나는 둘이 아니고 아니? 너무 아프면 눈물도 안 나는 거. 나는 아플 때만 우는데 그땐 목소리도 내지 못했어 목소리 하나도. 그만 하세요 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하는 목소리 하나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참 짧다 눈 한 번 감...
내 애인은 백설공주 희고 붉다 두 눈은 탁했었다 그래 그랬지 오늘도 상처를 달았다 나는 안다 상처의 주인이 무언지, 눈은 여전히 탁하다 반짝 윤택이 도는 건 내 앞이 아니다 그 사람은 상처의 주인도 모르는데 믿어주는 것도 그 사람 아닌 난데 멍청하게 웃기는 멍청해 멍청한 자식 제 애인은 멍청합니다 담배 하고 키스하는 게 정말 싫었는데 그것도 예전 일이니 그...
말했잖니 나는 점심 안 먹는다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말했잖니 그새 잊었니 또, 나 옥상 가야 돼 형들이 기다려 낮은 목소리로 무심하게 평소대로 그럼 친구가 이런다 교무실은 안 가? 아까 전에 다녀왔어 그런데 나 부탁이 하나 있다 꼴에 숨긴다고 넣어뒀던 게 바지 뒷주머니서 위잉 위잉 울린다 매미 같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봄인데 아직 봄인데 아직도 봄인데 창 ...
선생님 쫄았죠? 손 달달 떨려서 책상 밑에 꽁꽁 안 꺼내시는 거죠 지금? 와서 제 손 냄새나 맡아봐요 오른손 아니고 왼손이요 저 왼손잡이인 거 아직도 모르세요 제가 선생님을 어떻게 찔러요 배짱도 없고 얻는 것도 없고 제가 잘못했잖아요 뺨 별로 안 아파요 아 그리고 칼도 없고......... 이건 농담예요 근데 저 진짜 담배 안 피웠어요 아 냄새 맡아보시라니...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